심리사회적 발달이론으로 유명한 에릭슨이 구분해놓은 발달단계에 따른 양육태도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인 두 살에서 세 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고 이 시기에 발달해야할 과제를 무엇일까요?
에릭슨은 이 시기의 아이들의 발달과제를 자율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좋게 말해서 자율성이지 사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기 멋대로 하고 고집을 부려서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돌이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혁명이 일어나는데 걸음마기가 시작되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탐험단계라고도 부른답니다.
절대적 의존기인 한살 때까지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정을 쏟아주면 되지만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짧은 단어지만 말하기 시작하고 소근육과 대근육이 발달하면서 스스로 뭔가 해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동시에 지적인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가만있지 못하고 가서 만져보고 뜯어봐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왜 그런가하면 그러한 행동이 바로 이 시기의 아이들이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기 때는 부모에게 의존하다가 걷고 달리고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되니까 직접 행동을 해봄으로써 사물과 세상이 어떤지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여전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 여전히 목욕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밥을 혼자 먹겠다고 내버려두면 흘리고 어지럽히기 일쑤고 더구나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때 부모는 아이가 하는 대로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굉장히 어리고 아기라고 느끼기에 “안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자율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해보려는 욕구와 아직까지 어리다고 느끼는 부모의 욕구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시기라서 둘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기들은 내가 하고 싶은 욕구대로 행동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나 부모의 욕구에 따라 순응할 것인가 바로 인생 최초로 맞닥뜨린 딜레마인 셈입니다.
왜냐하면 아이입장에서는 자기마음대로 할 경우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혼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딜레마에 빠져버리는 것입니다. 아이에겐 위기인 셈인데 사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성숙해진답니다. 즉 부모의 욕구와 자신의 욕구를 타협하고 절충하면서 자아가 발달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율성의 능력을 발휘했을 때 “가만히 좀 있어! 니가 그러면 엄마가 더 힘들어. 먹여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입혀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움츠려들고 수치심과 회의감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기들은 신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되면서 전지전능한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제지하게 되면 여전히 무능력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율성은 저절로 생겨나지만 곁에 있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금세 시들어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부모의 양육방식을 4가지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지나친 통제형입니다. 아직까지 내버려두기에는 어리기에 하나하나 간섭하고 개입합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까지도 지나치게 통제하지만 이렇게 통제를 가하게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모든지 하고 싶고 가고 싶고 만져보고 싶어하는 이런 행동을 너무 지나치게 꺽으면 아이들은 의지력이 개발되지 않고 호기심도 줄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자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쉽게 자포자기하거나 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에 의심하게 됩니다. 즉 아이의 탐색욕구를 지나치게 통제하면 의지가 약해지고 수동적 의존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다는 거죠.
두 번째는 지나친 방임형입니다.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데도 너무 많은 자유를 허용하는 경우랍니다. 부모가 원래 허용적이거나 아니면 부모가 너무 바빠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수 없고 방치되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뭔가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자유, 뭔가 시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통제를 받아보지 못해서 금지사항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학교에 가도 항상 자기 입장에서 자기욕구만 충족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잘 모르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을 견디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기 싫은 것을 해야 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아이들은 하기싫고 단조롭고 지루하거나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장면에서 자포자기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규칙이나 규범을 내면화시키지 못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지나친 과잉보호형입니다. 사실 이 시기 아이들의 부모들은 눈이 열 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때입니다. 잠깐 눈을 떼면 선반 위의 물건을 끌어내리고 위험한 물건을 만지작거리기 때문에 아이를 지켜보고 돌보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 매혹적이고 매혹적인 세상을 보고 듣고 만져보고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은 끊임없이 탐험합니다. 아이가 걸어다니고 여기저기 탐색을 하는 모습이 아직은 미숙하기 때문에 과잉보호를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안전하게 돌봐줘야 하지만 이 시기에 절대하지 말아야할 것이 과잉보호입니다. 이 경우 실제로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동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데도 엄마가 다 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혼자서 밥먹는 것 혼자서 세수하는 것을 부모가 다 해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적절한 부모의 태도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을 다 허용해줍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특징은 모든지 해보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지능이 발달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허용하되 위험한 행동이나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만 적절하게 통제해야합니다. 아이가 칼날을 잡는데 ‘그래 너 칼이 잡고 싶구나’하고 그냥 놓아둘 부모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이가 유리컵을 바닥에 던지는데 ‘잘했다 이제 너도 컵을 던질 수 있구나, 이렇게 산산조각을 내다니 멋진 걸’하는 반응을 보이는 부모도 없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한계를 잘 설정해주는 겁니다.
이때 부모들은 화를 내도 되는 지 갈등하게 됩니다. 화내는 것도 계획적인 훈육의 일종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어야 됩니다. 참다가 화를 내게 되면 참았던 분노까지 폭발하게 되고 아이는 주눅이 들게 됩니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는 바로 “안돼, 그만”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면 됩니다.
또한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 행동인지 적절히 한계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를 통해 아이들은 내가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행동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목표하는 대로 행동하지만 반드시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나 부모가 너무 심하게 통제하는 것은 부모의 욕구에 따라서 반응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자기조절, 도덕성, 감정조절까지도 꽃을 피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즉 자율성을 성취할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자율이 아니라 제멋대로 하는 방종에 가까운 행동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부모가 잘 다듬어주면 자율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일단 부모가 참을성을 가지고 규칙을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하지 말라는 말 대신에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요?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을 혼자 내려간다고 떼를 쓰는 아이가 있을 때 대부분의 부모는 어떻게 할까요. 손을 잡고 내려가게 되는데 그런 행동은 아이의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혼자 내려가고 싶어할 때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여 혼자 내려오도록 하되 아이보다 한발짝 앞에 서서 충분히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유익한 경험이 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양육태도는 아이가 탐험한 내용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정신없이 주변을 탐색하다가도 탐험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엄마를 찾는데 그럴 때 그 자리를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애 혼자 잘 노는데 뭐’하면서 관심을 덜 두는 순간 아이는 불안해서 제대로 탐험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는 아이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지켜보며 늘 아이 곁에 있다는 안심시켜야한다는 것입니다.
또 아이가 돌멩이를 주워오면 “뭐 이렇게 지저분한 걸 주워왔어”보다는 “와 돌멩이 색깔이 까맣네”하면서 아이가 탐험한 것에 반응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탐험한 내용에 부모가 호응해주고 설명해줄 때 자기 행동에 자부심을 느끼고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 * 원주 MBC FM 이성현의 음악동네 화요일 코너 힐링프로그램 <why>에서 마음이심리상담센터 김혜수 소장이 2014년 5월 20일 방송했던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 * 아래 목록에 부모의 양육태도를 알아보는 검사가 올려져있습니다